요양병원 동업 정리, 정산에서 걸리는 지점들
- 정산 다툼은 지분 가격보다 '무엇을 정산 대상에 넣을 것인가'에서 먼저 벌어집니다.
- 개설자 명의는 한 사람이어도 실제로는 여러 명이 자금을 댄 동업이었다면, 정산은 조합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에 가깝게 진행됩니다.
- 직원 고용관계와 환자 인계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정산 협상 자체가 늦어집니다.
회진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원장님 앞에, 함께 병원을 열었던 동업자가 "이제 정리하자"는 말을 꺼냅니다. 요양병원은 개설 초기에 여러 명이 자금을 나눠 투자하고 그중 한 사람 이름으로 개설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리하자는 말이 나오는 순간 서류상 주인과 실제 투자자가 다르다는 문제가 함께 드러납니다.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다수를 고용해 운영하는 구조, 장기입원 환자의 보호자와 오래 쌓아 온 신뢰, 지역 카페나 블로그로 이어져 온 광고까지 한꺼번에 걸려 있다 보니, 정산은 돈 문제로 시작해서 사람과 환자 문제로 번지는 일이 흔합니다.
정산에서 걸려 있는 것
먼저 정리할 것은 시설과 장비, 임대보증금 같은 눈에 보이는 자산만이 아닙니다. 개설 이후 쌓인 진료수익과 미수금,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 등 직원과의 고용관계, 장기입원 환자의 의무기록과 인수인계, 블로그·카페 계정과 간판에 걸린 병원 이름까지 모두 정산 논의 대상입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열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개설허가 명의는 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자금을 낸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면 그 내부 관계는 민법 제703조 이하가 정하는 조합에 가깝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고, 정산도 조합원 사이의 정산 원칙을 참고해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견이 생기는 지점은 대개 '기준 시점'입니다. 개설 당시 투자한 금액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 지금 시점의 시설·환자 규모를 반영한 평가액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산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합의하지 않으면 다른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정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
정산은 크게 한쪽이 다른 쪽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과, 병원 운영을 정리하고 남은 것을 나누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절차와 직원·환자 인계 방식이 달라집니다.
| 비교 기준 | 지분을 사고파는 방식 | 병원을 정리하고 나누는 방식 |
|---|---|---|
| 정산 기준 시점 |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의 자산·부채를 기준으로 평가 | 청산 절차가 끝나는 시점의 남은 재산을 기준으로 평가 |
| 필요 절차 | 지분 가치 평가, 개설자 변경이 필요하면 관련 신고 절차 진행 | 운영 종료 결정, 남은 재산을 정리한 뒤 나누는 절차 진행 |
| 직원·환자 인계 | 고용관계와 진료가 기존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 | 고용관계 종료나 재계약, 환자 전원이 함께 필요할 수 있음 |
다투게 되는 순간과, 하면 안 되는 일
정산 방식을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실제 협상 자리에서는 직원 급여와 퇴직 관련 채무를 누가 부담할지, 미수금과 밀린 임대료 같은 부채를 어느 쪽이 안고 갈지, 병원 이름과 광고 계정을 계속 쓸 수 있는지를 두고 다시 이견이 생깁니다.
두 분이 자금을 절반씩 대서 요양병원을 열고 그중 한 분 명의로 개설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정리하기로 하면서, 개설 당시 투자금을 기준으로 볼지 현재 시설·환자 규모를 반영한 평가액을 기준으로 볼지부터 이견이 생겼습니다. 저는 먼저 개설 이후 공동으로 관리해 온 회계 자료와 수익 흐름을 한곳에 모으도록 안내했고, 그다음으로 직원별 근로계약 현황과 고용승계 여부를 정리하게 했습니다. 이어서 환자 인수인계와 광고 계정·간판 명의를 정리한 뒤, 마지막으로 정산 합의서 초안을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이 순서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하시면 안 되는 일부터 말씀드립니다. 정산 이견을 이유로 직원에게 예고 없이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와 제27조가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되어 별도의 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동업자와의 갈등을 직원 앞에서 드러내거나 반복적으로 다그치는 방식으로 풀려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정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정산 합의 없이 개설자 명의부터 바꾸는 것도 의료법 제64조가 정한 개설 허가 관련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합의가 먼저입니다.
지금 하실 일
정산 협상은 자료를 먼저 갖춘 쪽이 논의를 주도합니다. 감정이 앞서기 전에 아래 순서대로 자료부터 갖춰 두시길 권합니다.
- 개설 당시 투자·출자 내역과 현재 재무 자료를 한곳에 모아 둡니다.
- 직원별 근로계약서와 고용승계 가능 여부를 먼저 정리합니다.
- 장기입원 환자의 의무기록, 광고 계정, 간판 명의 등 인계 대상 목록을 만듭니다.
- 정산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초안을 먼저 검토받습니다.
정산은 금액 하나만 정하면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자산과 사람과 환자를 함께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순서를 지키시면 다툼의 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적용되는 규정과 절차는 사안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상담을 통해 확인해 주십시오.